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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배에 올라타다
  • 년도2018
  • 기관명전남영암지역자활센터
  • 제출자손라따
  • 조회수1,984

  연로하신 부모님과 어린 동생들을 뒤로하고 한국 남자와 결혼해 낯선 한국에서 생활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20대 꽃다운 청춘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던 친정식구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선택한 길이었지만 아주 많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원망과 후회가 뒤섞인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지금 뒤돌아보니 이것 또한 추억이 되어 있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했던 한국 생활, 말도 통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무능력했던 남편, 아직 어린 아이들, 어려운 친정과 시댁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했지만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섭다고 움츠리고만 있지 말고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해보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길이 보고,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자활센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타국에서 해본 일이라고는 시어머님의 농사일만 조금 도왔을 뿐인 제게 영농 사업단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주셨고, 저는 이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제 성실함은 매월 제 힘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었고, 자신감도 많이 자랐습니다.

 

  어느 정도 숙련되고 안정된 시점에서는 방문 도우미 사업단으로 일을 옮겨 가사노동이라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체계적인 교육과 현장 실습을 통해 어렵지 않게 일을 배울 수 있었고, 일하는 즐거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방문 도우미 사업단 교육을 통해 운전 면허증과 정리 수납 2급 자격증도 취득해, 자립한 뒤에도 방문 도우미로서 전문인답게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도 자활에서 쌓았던 수많은 경험들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받은 제 월급의 일부와 정부의 지원으로 적금을 넣는 내일키움통장에 가입할 수 있었고,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내 생에 가장 큰 돈을 받아 보았습니다. 몇 해 전 이사할 집을 마련할 목돈이 없어 목 놓아 울던 때가 불과 며칠 전인 것 같은데…….

 

  그때는 자활센터와의 상담을 통해 후원을 받아 이사할 집을 구했지만 월세 걱정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모은 적금으로 번듯한 전셋집을 마련했습니다. 이제는 전셋집이 아니라 제 이름으로 된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겨 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자활센터 일을 마무리 짓고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광전PC라는 기업체에 취직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디든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초심을 잊지 않고 자활에서 열심히 생활했던 모습 그대로 새로운 회사에서도 한결 같은 모습으로 일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사장님과 직원들에게 성실함을 인정받고 작업반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잦은 편이지만 일할 수 있는 즐거움이 더욱 커 육체의 피곤함을 잊게 해줍니다.

 

  더 큰 힘이 되는 건 든든한 직장이 생겨서 뿌듯하다는 것입니다. 자활에서의 경험들이 밑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돌고 돌아 현재 위치까지 오기는 많이 힘들고 고된 날들이었지만 자활센터와 좋은 지인들이 옆에서 도움을 주었기에 잘 버텨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어린 자녀들은 방과후 돌봄 서비스와 드림 스타트로 연계되어 잘 자라고 있으며, 또한 내일키움통장으로 목돈을 마련해 자립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편견 없이 동생처럼 지켜봐 준 자활센터 선생님들, 그리고 묵묵히 성실히 일한 제 자신에게도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낯선 이 땅에서 외국인이 아닌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내 아이들의 자랑스러운 엄마로서 멋지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캄보디아에 계신 부모님께도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습니다. 제 꿈이며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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