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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 행복시작!
  • 년도2018
  • 기관명한국자활복지개발원
  • 제출자김정희
  • 조회수757

 

“김정희님, 대학 졸업 축하드려요”

“김정희님, 아들 취업된 것 축하드려요”

“김정희님, 내일키움통장 수령하신 것 축하드려요”

“김정희님, 자활기업 대표되신 것 축하드려요”

 

   축하받을 일이 얼마나 많은지, 올해는 축복의 해인 것 같다. 내 인생에 대학 졸업장을 받아보고, 아이들이 커서 대학 졸업과 취직을 하게 되고, 나는 자활기업의 대표가 되어 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어떻게 생길 수 있었는지 아직도 꿈인 것만 같다.

 

   지금은 담담하게 말할 수 있지만 수급자로 지내던 그 때는 모든 것의 해결점은 ‘죽음’ 뿐이었다. 알콜 중독으로 용변조차 가리지 못하는 남편으로 인해 내 인생은 벼랑 끝에 몰려있었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 남몰래 울음을 삼키며 아르바이트를 해 겨우 생활비를 마련하던 나는 동사무소 직원의 권유로 마지못해 지역자활센터를 찾게 되었다.

 

  센터의 도움으로 남편을 병원에 입원시키고도 마음속에 응어리가 진 것처럼 적극적으로 살아야 할 의욕을 느끼지 못했다. 죽지 못해 살아갈 뿐, 사업단에서 고추를 수확하며 잠시 현실을 잊고 고된 몸을 가지고 집으로 가면 아이들 살피느라 하루하루가 지침의 연속이었다.

 

  내 부끄러운 가정사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 하듯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시시때때로 반찬과 교복을 물려주시고 다독거려 주었다. 아주 천천히 센터에 익숙해져 갔지만 삼십대의 나에겐 여전히 나의 가정사가 수치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을 들락날락 하던 남편이 처음으로 일을 해보겠다며 나선 현장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길로 아이들과 인사 한 번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가슴이 아픈 건지 슬픈 건지 모를 먹먹함으로 지낼 때 센터에서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권유하였다. 지금의 모습이 싫었지만 자격증을 취득하기에 자신이 없었기에 나는 슬금슬금 도망을 다녔지만 결국엔 팀장님과 함께 수강을 하게 되었다. 혼자서는 힘들었겠지만 팀장님과 함께해서 필기시험을 보고 실기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시원하게 웃었던 것 같다.

   내가 뭔가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다. 작은 자신감이 생겼고 내 미래를 처음으로 꿈꿔보기도 하였다. 그 이듬해 센터에서 카페사업단을 만들었고 초기멤버로 함께 오픈준비를 했다. 기본음료 만드는 방법을 외우고 만들어 보기를 반복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는 나날을 보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카페에 출근을 하다 보니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센터에서는 야간대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여러 번 설명했었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없었다. 어느 날 입학서류를 모두 준비해 오신 팀장님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입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비록 야간대학이긴 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며, 팀장님의 도움으로 과제도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예전의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고 있는 현실이 놀라웠다.

 

  아들의 대학등록금 문제로 학교를 포기하려 하자 센터에서는 시청과 연계하여 등록금을 수납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아들의 원룸까지 얻을 수 있도록 연계하여 주셨다.

 

  눈 깜짝할 사이 나는 올해 47세의 나이로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 아들도 함께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고 이제 취업을 하여 당당히 본인 몫을 해내고 있다.

 

   카페는 계획대로 3년이 되어가면서 2016년에 자활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내일키움통장을 수령하여 아들의 학비 때문에 대출받았던 돈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정말 홀가분하게 자활기업 대표를 맡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나는 아직도 낯설고 두렵지만 자활사업단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고생해서 만든 이 자활기업의 의미를 나는 안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기업이기에 책임감도 더 느끼고 부담도 된다.경험도 없고 어려운 일도 많이 생기겠지만 잘 참고 견뎌내다 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몰랐지만 그런 도전들이 내가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고 성장하게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가 절망스러울 때, 무엇인가를 결정하지 못할 때, 모든 걸 포기하고자 할 때,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해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에는 귀찮고 자꾸 무엇인가 나에게 숙제를 주려는 그 사람들이 싫었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도 힘든데 왜 자꾸 시키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이 자리에 서보니 싫었지만 그 사람들을 따라간 것이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듯 생각을 변하게 하고 성취감을 맛보게 하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 준 길이었다.

 

  그 사람들이 지역자활센터 사람들이다. 동료들, 팀장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나에게 자격증 취득 시험을 권유하며 심어준 그 희망의 불씨 하나가 시작이 되어 나 스스로를 변화시켰고, 이렇게 변화된 내 모습을 보면서 함께 일하는 우리 센터의 동료들도 변화할거라 믿는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나와 내 동료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는 걸 잘 안다. 우리가 더 성장해서 착한카페 2, 3호점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번데기가 껍데기를 벗고 나오듯 나와 같은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

 

  내가 내민 그 손을 잡아 끌어줄 따뜻한 사람들이 많고, 믿고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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