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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으니 꿈도 꿀 수 있는 것
  • 년도2018
  • 기관명부산동구지역자활센터
  • 제출자공순란
  • 조회수923

   “사장님!! 삼겹살 3인분 추가요!!”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불러주는 손님들의 반가운 목소리들, 나는 지금 생고기 전문점의 사장님이다. 나를 기운 나게 하는 이 한마디로 하루를 시작한다.

    

 

회상

   일곱 살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언니와 나, 동생을 키우기 위해 새벽이면 보따리에 채소를 싸매어 이고 가셔서 장사를 하신 내 엄마!

  밤늦게 들어오는 엄마를 보지도 못하고 잠이 들기 일쑤였던 철부지 우리 형제들..., 참 고단하고 힘들게 사셨던 엄마의 삶..., 나는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라고 입버릇처럼 다짐하고 다짐했었는데... 지금의 내 삶이 어쩌면 엄마를 닮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몇 해 전 신랑의 사업 부도로 인한 빚 독촉에 우리 가정은 하루도 편하게 지낸 날이 없을 정도로 두려움과 함께 보낸 나날의 연속이었다. 결국 신랑과 나는 협의 이혼을 하게 되었고 지금의 두 아이를 내가 양육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삶을, 세상을 이해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마음속에 한 가닥 남아 있는 희망의 끈을 잡으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두 아이의 가장이 되고 보니 내 엄마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했을까를 동감하게 된다. 한숨 속에 내 시름을 달래보는 날도 많았고 구체적인 삶의 방향이나 꿈도 없이 살아온 속절없었던 삶의 시간들... 눈을 감고 지나온 나의 삶을 회상하면 현재와 오버랩이 되어 눈시울이 붉어진다.

    

 

용기

   2013년 7월 그해 여름은 내 인생에 있어 유난히도 힘들었다. 신랑과의 이혼으로 내 삶의 시계가 잠시 멈춘 채로 무기력함과 우울증으로 균형을 잃어가고 있을 무렵,그런 나를 측은하게 보신 동네 어르신의 말씀 한마디, “새댁아... 그러고 있으면 아그들은 어떡하노...,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서 되겠나? 애들을 생각해서 살아야지 쯧쯧..., 안 그러면 주민센터 복지과라도 가서 사정이야기를 해보소, 그 가면 방법이 있을 끼야, 우야튼 간에 애미가 힘을 내야지 그리 기운이 없어가 우짜노....”

 

   이 말이 내게는 귀찮음과 부끄러움으로만 들렸다. 더욱더 집밖 출입을 자제하게 되고 절망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아이들의 행동에서 무기력함과 희망 없는 눈빛을 보는 순간 어른들의 무책임으로 꿈을 펼칠 수 있는 아이들까지 희망을 놓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상에 있는 사물, 공기,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게는 나름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 아이들이 비상할 수 있기를 ‘내가 꼭 그리해 보리라’고 다짐하며 내 두 발은 어느새 주민센터로 향하고 있었다. 젊은 나이라고 흉볼까 수근 거릴까 싶어서 입구에서 수십 차례 망설이다 사회복지과로 향하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 진다. 쑥스러움을 용기로 바꾼 나를 지금은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한다. 나의 사정 얘기를 두서없이 주절주절 상담하고 나오던 그때 왈칵 눈물이 나서 어찌나 펑펑 울었던지...

 

  어쩌면 누군가에게 고민을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 아무렴 지금의 상황보다는 나아질 것이야’라는 기대, 그리고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고, 무한히 작은 힘이 커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새로운 시작

   일주일 후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복지과입니다. 동구지역자활센터로 가시면 공순란님께서 자활사업에 참여 하실 수 있게 됩니다. ”무슨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고 자활센터는 또 지? 궁금함과 설레임으로 출근을 했었다.

 

   처음 방문하던 날 사실 조금 놀랬다. ‘이런 곳도 있구나.’라는 놀라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제법 앉아 있었다. 상담도 하고 적성검사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센터에 정식으로 출근하면서부터 인큐베이팅 교육을 시작으로 다양한 자활프로그램을 접하였고 의욕적이고 적극적으로 점점 밝아지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자활사업에 대해 알게 된 나는 가능하면 자활근로에 오래 있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나에게 맞는 사업단을 찾았고, 간병, 커피사업을 거쳐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요식업 사업단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용궁나라해물칼국수’라는 요식업사업단에 참여한지 2년쯤 지나 나는 생각을 했다. ‘그래! 나도 창업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번 기회에 센터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준비를 해보자.’라는 각오를 다졌다.

 

   내가 향후 자립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내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2015년 하반기에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을 위해 준비했으나 한 번의 낙방 끝에 2016년 3월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꿈을 현실로~

   욕심을 내어 무조건 열심히 일했다. 언젠가는 내가 생고기집 전문점 사장님이 될 것이라는 꿈을 그리며 2년 동안 나름 머릿속으로만 가지고 있던 계획을 점점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정보를 디테일하게 정리하며 80여만 원의 자활급여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부족했지만 나름 목표를 가지고 아껴 쓰며 차근차근 꿈을 향한 준비를 하였다.

 

   2015년 11월초 자활센터의 사례관리 팀장님과 상담을 하면서 창업을 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팀장님은 창업을 하고 싶다는 말씀을 먼저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 창업을 위해 먼저 현재 사업단의 매출액을 확인하였고, 창업이 가능한지 논의한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며칠 후 사례관리 팀장의 요청으로 상담을 하였는데 ‘창업을 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고 중요하므로 신중하게 진행이 되어야한다. 지금 사업단의 매출액으로는 창업이 부적절하니, 2016년 하반기경에 창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지금부터 창업자금 준비를 위해 사업단 매출금을 좀 더 적립하는 것으로 하자’고 하였다.

 

  2015년엔 창업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것! 꿈을 현실화하고 싶은 욕구는 더욱 간절해졌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나 자활센터 사례관리 팀장님의 상담 요청이 있었다. 한부모가족 건강지원관련 상담을 하자는 거였다. 나는 사례관리 팀장님에게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팀장님! 저요 정말 창업하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사업단 일을 발판삼아 생고기 전문점을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을 꺼냈다.

 

  사례관리 팀장님이 나를 보시며 “창업, 정말 해보고 싶으세요? 그럼 하셔야죠, 사업단 담당자, 실장님과 논의하여 창업할 수 있는 방향을 다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나의 창업 기회는 다시 마련되었다.“

함께 창업을 준비하게 된 동료 언니와 지역의 유명한 맛 집을 무조건 탐방했고, 메모는 어느덧 내겐 습관처럼 생활이 되었다. 사례관리 팀장님과 함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방문하여 창업컨설팅도 받았다.

 

  창업을 하면 잘 할 것 같다는 컨설팅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더 창업에 대한 욕구를 다지게 되었다.

 

  두려움도 많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도전이라서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나와 함께 창업을 준비하는 동료 언니와 주말을 포기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창업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사는 그런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생각의 전환!! 참 좋은 말이다.

   도전 할 수 있는 자만이 승리하는 거라고..., 자존감이 회복되어 가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창업에 도전하게 되었고 사례관리 팀장님의 요청대로 사업계획서도 만들었다.

 

  자활센터 센터장님, 내가 참여했던 사업단 팀장님, 사례관리 팀장님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2016년 7월 마지막 주 한참 더운 여름날 생고기 전문점 ‘돈아돈아’를 성공적으로 오픈하게 되었다.

 

  너무 더운 날에 오픈하여 주변의 걱정과 우려가 많았지만 결혼하기 전에 고객을 주로 응대했던 서비스직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나만의 서비스 마인드로 꾸준한 고객관리와 가성비가 높은 질 좋은 생고기를 맛볼 수 있어 우리 동네 최고의 고기집으로 자리매김 해나가고 있다.

    

 

돈(豚)아돈(豚)아가~~돈(敦)아돈(敦)아 되다

   매일 매일 행복한 콧노래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 마흔 중반에 새로운 도전을 거침없이 해내고 있는 두 아이의 가장인 나!

 

  넬슨만델라 대통령의 명언 중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 일어서는데 있다.”라는 말이 내 인생의 지침서이다.

 

   내 삶에 도화지가 있다면 나는 지금 예쁜 색들로 여백을 채워나가는 중이다. 마치 우연히 발견한 책속의 한 줄이 내 삶의 일부분이 되는 순간처럼 말이다. 누구에게나 고난과 시련은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화이팅!!! 한 번 외치고..., 아이들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겠다고 오늘도 힘을 내어 본다.

눈뜨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감사하고, 내가 만든 요리에 고객이 행복하게 드실 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이 온다고 확신하며 기적을 만드는 마흔다섯 당찬 가장이 되고 싶다.

 

  세월이 흘려 여유가 좀 생긴다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의 작은 마음을 나눠가며 살아야겠다. HAPPY TOGETHER!!♪♪ 행복한 음악과 함께 오늘도 생고기 전문점 ‘돈아돈아’로 희망찬 꿈을 품고 출근한다.

   “우리 집 괴기 맛보러 안 오실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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