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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 줄게! 헌 신 다오!
  • 년도2018
  • 기관명충북광역자활센터
  • 제출자채미자
  • 조회수813

  올해는 유난히 찌는 듯한 더위가 사람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여름.. 더위와 상관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장화도 신고 빨간 장갑을 끼면 나의 희망전투 태세가 완료된다.

 

  ʻʻ얘들아 반갑다. 새 신 만들어 줄게!ˮ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단란하고 행복하기만 했던 우리 가정에 찾아 온 나쁜 소식! 2007년 9월 건강이라면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건강에 자신하던 남편에게 직장암 판정이 떨어지고 2년의 투병생활 끝에 사랑하는 남편을 2009년 1월 1일 새해 아침에 천국으로 보내야 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아픔에 나는 세상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먹고 자는 일 외에 하는 일 없이 짐승처럼 살고 있었다. 문밖출입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신앙생활만은 근근이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만난 자활센터 센터장으로 계신 장로님을 통해 자활사업을 알게 되었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창업의 기회를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그날부터 하루도 결근하지 않고 출근을 하게 되었다. 마음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자활 가족들을 만나보니 ʻ아~아픔이라는 게 나만 겪는 일이 아니구나!~ʼ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을 굳게 다잡고 또 잡았다.

 

  처음에는 전통자수를 시작하였으나 사업장이 없어지면서 생전해보지도 않았던 농사일까지 경험을 했다. 그래서인지 힘든 것을 넘어 비참하기까지 했다.

 

  이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할 때 새로이 시작되는 빨래방 사업을 권해 주셨다. 학생을 둔 엄마로 서 무언가는 해야 했기에 ʻʻ그래! 이곳에서 열정적으로 일해보자ˮ 라는 마음으로 흡족히 받아들여 2010년 8월! 드디어 희망을 담은 사업장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계가 들어오고 작업대가 들어오니 마음이 바빠졌다. 음성 사업장 견학을 통해 큰 꿈도 키웠다.

 

  다양한 방법으로 몇 차례의 홍보와 이 사업으로 성공한 사장님에게 기술을 배우고 거기에 우리만의 노하우를 접목했더니 빨래방 사업이 이 지역에서 빛을 발휘하기 시작하다. 또한, 운동화만 세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각종 구두, 부츠, 수입화, 가방……. 이 모든 품목이 세탁이 가능함을 알고 더욱 희망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이 신던 냄새나고 더러운 신발을 세탁하는 것이 꺼려지고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나의 성격을 이용하여 열심히 배우고 실행하여 우리의 사업장으로 만들고 싶은 꿈을 갖고 열심히 달렸다.

 

  ʻʻ안녕하세요! 향기신발세탁전문점! 입니다.ˮ ʻʻ우리 세탁점은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껏 세탁합니다ˮ 세탁된 신발을 고객에게 넘겨주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하면, ʻʻ어 머나, 새 신발이 되었네요! 고객들의 감탄이 이어진다. 정말 상호처럼 신발에 향기가 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힘이 솟는다. 무엇보다도 나의 삶에도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3년 11월.

  쿵쾅쿵쾅! 창업을 준비하는 소리가 본격적으로 나기 시작했다. 바닥을 새로이 깔고, 도배도 하고, 휴식공간도 만들고……. 마치 카페 같은 공간으로 서서히 모습이 드러나자 지나가는 사람들, 단골손님들은 빨래방 폐업하고 커피숍을 차리나 해서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뿌듯하고 설렜다. 냄새나는 신발을 세탁하는 곳인데 자재 하나하나, 동선을 생각하는 구조, 그러면서 따뜻하고 들어오고 싶은 공간이 되도록 애쓰는 담당 실무자와 센터장님께 너무 감사했다.

 

  휴~~ 내 마음도 덩달아 설레고, 기쁘고, 약간의 걱정도 있고…….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내가 사장이 되는 날이 왔다.

 

  2013년 12월 27일

  내 생애 또 하나의 큰 점을 찍은 날이 되었다. 때론 자활에서 나왔다고 얕잡아 보는지 세탁물에 해서 트집을 잡거나, 터무니없는 몇 배의 보상을 요구하는 등의 진상 손님들을 만날 때마다 자존심도 상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없이 올라왔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그 손님들을 이해시키고, 늘 한결같은 서비스와 정성으로 임하니 이제는 진상 손님들까지 단골손님이 되었다. 나의 진심을 나의 정성을 많은 손님들이 알아주기에 지금의 안정적인 사업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느새 창업한 지 2년이 되어간다. 변함없이 나와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는 동료.

  동료와 함께 운하는 이 사업이 안정궤도를 유지하면서 지난 추석 명절에는 보너스도 함께 배분하는 큰 기쁨도 맛보았다. 정말 풍성한 한가위를 지내게 되었던 것 같다.

 

  이제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본다.

  세상에 홀로 되어 캄캄한 시절 그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었을 때 자활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느 식당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장님! 사장님! 호칭으로 불렸을까?

 

  사장이 되면서 우리 아이들도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를 잡고, 이젠 나도 수급자가 아닌 비수급자로 전환이 되었다. 떳떳하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당당히 설 수 있는 힘이 생겨서 말이다.

 

  돌아보니 감사함 덩어리다. 특히 더 이상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많은 참여주민들 가운데서 자활의 기회를 준 지역자활센터에 감사함이 제일 크다.

 

  이젠 단양지역에 유일한 사업장으로 자리 잡아 이 분야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타 지역 주민이 사업을 창업하려고 하는데, 기술을 전수 받을 수 있느냐면서 우리 매장을 물어물어 찾아온 적이 있다.

 

  이게 웬일인가? 이 사업을 통해 신발만 세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기술로 다른 이에게 컨설팅해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벌써 정상 궤도에 오른 상상을 해본다. 그래서 더 희망을 품어본다. 그리고 이곳이 나의 마지막 기회로 갖고 싶다.

 

  고객에 대한 친절과 신뢰, 모든 제품을 소중하게, 늘 최선을 다하는 매장이 되자고 오늘도 구호를 외쳐본다. ʻʻ나는 할 수 있다!ˮ ʻʻ고객님들 헌 신발 언제든지 가지고 오세요. 저희가 새 신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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