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홍보

꽃이 된 풀
  • 년도2017
  • 기관명경북광역자활센터
  • 제출자김정인
  • 조회수1,244

 

*자활수기집 제13호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입선 '김정인 님'의 이야기 입니다.

꽃이 된 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9년 전의 나는 물 한 모금을 갈망하는 풀 한 포기였다. 사업이 갑작스럽게 어려워져 구속된 남편, 오갈 데 없어진 어린 남매의 두 손을 잡고 친정으로 내려가는 길 외에는 다른 선택여지가 없었다. 시골 친정 마당 가운데 살림살이를 쌓은 채, 입을 옷만 꺼내 놓고 더부살이가 시작되었다. 한 달을 살고는 살 집을 알아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너무나 낡고 허름한 월세로 창문에 바람이 숭숭 들어오고, 하수구에는 커다란 쥐가 들락거렸다. 아는 분의 소개로 월세의 작고 허름한 아파트라도 옮기게 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던 차 면사무소에서 복지도우미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
었고, 남매의 올망졸망한 두 눈망울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면사무소 복지도우미 생활이 자활사업의 첫 참여였다.
복지의 ʻ복ʼ 자도 모르고 시작한 일. 단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으로 생각했다. 병원비가 모자란다면 병원비를, 생필품이 없다면 생필품을, 지붕이 샌다면 지붕 수리를 지원하는 식으로 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오늘을 허덕이며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던져주는 빵만 받아먹고 언제 다시 빵을 던져주나 목 빼고 기다리는 나 자신, 이젠 오늘 하루만 살지 않고 내일을 위해 업무와 관련된 기본적인 사회복지를 공부해 보기로 했다. 언제까지 복지도우미로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성덕 대학교 노인요양재활학과에 지원, 합격하여 의미 있는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 2년 동안 토요일이면 도시락을 싸서 온종일 학교 책상에 앉았다.
그 결과 ʻ차석 졸업ʼ, 그동안 노력한 나 자신에게 주는 상인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할 때쯤 정부의 자활정책 변경으로 근로기간 제한이 생겨 복지도우미를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지금처럼 안정된 우리에서 주는 먹이에만 안주할 수 없고, 자연으로 나가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방안을 환히 밝혀주는 전깃불이 아니라도 어둠 속의 촛불로 앞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오늘 먹고 살기 위해 잡아 둔 물고기를 받는게 아니라 언제든지 필요한 물고기 잡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강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쯤 희망키움통장 사업을 알게 되었고, 정말 나에게 필요하고 절실했던 목돈 마련의 기회가 생겼다. 낡고 좁은 집에서 남매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란 걸 알아서일까? 근면 성실하게 일해서 차
곡차곡 쌓이는 기쁨, 통장에 인쇄되는 숫자를 보니 내 마음 밭의 꽃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운전면허증, 워드프로세서, 보육교사, 심리상담사, 요양사 자격증 등을 준비하던 중 마침 군청 기간제 일자리가 있어 월급의 적고 많음을 떠나 일을 시작했다.

ʻ하나님께 진심을 다 하듯 사람에게도 진심을 다 해라ʼ라는 말씀을 가슴에 두고 내가 인정받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했다. 사무실에 일찍 출근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청소나 오늘
할 일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사업을 하고 있고, 무슨 지원혜택이 있는지 귀동냥하면서 그와 관련된 책을 얻어 공부 했다. 보통 사람들은 지원 정책을 머리로 받아들이지만, 어려움을 당해 본 나는 가슴으로 받아들였고, 주는 입장이 아니라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ʻ언젠가는 쓰일 날이 있겠지ʼ하고 두드림의 기회를 준비 했다.

출소 후 지역자활센터 집수리사업단에 참여했던 남편도 일용직 이지만 근면 성실하게 일하며 행복의 꽃을 다시 피우기 위해 함께 물조리를 들었다. 드디어 만 3년이 지나 희망키움통장이 다 자랐다. 월 10만원이라는 모종을 심었더니 우리 가족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 줄 나무가 되어 큰 버팀목이 되었다.

때마침 드림스타트라는 맞춤형 아동통합서비스 복지 분야의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고, 복지 분야의 경력을 인정받아 드림스타트의 주임으로 완전한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일자리까지 생기게 되었다. 나의 주 업무는 만 0세부터 만 12세 취약아동과 가족에게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지원하여, 공평한 양육 여건과 출발 기회를 보장하는 사업으로 그동안 관공서에 근무하고 공부한 경험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일 할 수 있는 즐거움과 더불어 나도 더 이상 받지만 않고 베풀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지금은 굿네이버스에 식수 위생 분야에 우물지원 후원과 작은금액이지만 대가야 희망플러스 사업에 매월 기부를 하고 있다. 한 포기 풀에 불과했던 내가 자활이라는 물을 만나 목마름이 해결되고 꽃이 되었다. 이제는 꽃씨가 되어 누군가의 마음에 날아갔으면 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