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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은숙이다
  • 년도2016
  • 기관명원광지역자활센터
  • 제출자이은숙
  • 조회수2,050
*자활수기집 제13호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은상 '이은숙 님'의 이야기 입니다.

나는 이은숙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인생, 잠깐 동안 일손을 멈추고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거울 속의 나는 어느새 사십 대 중년의 아줌마로, 또 억척스럽고 당찬 여자로 그렇게 서 있습니다.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와 다신 마주하기 싫어 오로지 앞만 내다보며 달려왔던 순간입니다.
오롯이 지금은 조금씩 삶의 여유를 찾으며 자아실현을 성취해가고 밝은 미래를 꿈꾸고 사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그 아팠던 나의 암흑기 30대 그 고통이 다시 올까 봐 두렵습니다.

나의 20대, 사랑하던 사람과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새 희망을 꿈꾸던 그 순간은 다시 떠올려도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23살부터 함께 하던 남편과 27살이 되던 해에 웨딩마치를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던 때.. 그 날처럼 가슴이 벅차고 행복했던 순간은 없을 테지요.
첫 아이를 낳고 이대로 평생 행복한 나날들만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느 날, 불행은 순식간에 찾아온다고 하던가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교통사고로 나의 발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사고로 인해 여러차례 수술을 받고 후유증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듣게 된 남편의 암 판정 선고.. 불과 2년 전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을 꿈꾸던 새 신부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수술자국투성이인 발로 남편의 병상에 앉아 간호를 해주고 있는 초라한 내 모습만 남아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남편은 나의 곁에 오래 머물러 주었습니다. 항암치료를 받고 기운을 차린 남편이 다시 사업 전선으로 뛰어들어 가정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저에게는 물론 우리가 더 힘내고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암이라는 질병은 우리를 편안하게 놓아주질 않더군요. 암을 모두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을 것만 같았던 남편에게 암은 마치 내가 여기 존재한다는 것을 큰 소리 내어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계속해서 남편을 힘들게 했습니다.

계속되는 병원 치료로 인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많이 지쳐가고 있었지만 힘내려 애쓰는 남편과 아이들을 보며 억척스럽게 그리고 더 힘차게 살아야 한다고 나 자신을 계속해서 다그쳤습
니다.
나를 다그치며 남편의 병 수발과 병원치료비 등 지금 당장 해야할 일들에 쫓기듯 앞만 보며 달려가다 뒤를 돌아보니 남편이 하고 있던 사업은 이제 더 이상 손쓸 수도 없이 쓰러져있었고 순식간에 빚이 되어 우리 가족의 발목을 붙잡게 되었습니다. 살아갈 길은 더욱 더 막막해졌고 더 이상은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때..13년간 잘 버텨주었던 남편마저 직장암이 폐암으로 번지고.. 척수암으로 번지며 삶의 끈을 놓아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병세가 점점 더 심해지고 떠나기 전까지 3년간은 병 수발과 아이들 양육을 하며 내가 어떻게 살았었는지..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어 냈었는지..

알고 나서 다시 그 길을 걸으라면 지금은 절대 걸을 수 없었을 길이지요. 당장 눈앞에 벌어질 일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에 무작정 걸을 수 있었던 그 길..
남편이 떠나고 나니 나에게 남은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 셋과 빚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이제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생각하며 내 자신을 들여다보니 세상으로 뛰쳐나갈 전투적인 자세만 있었지 살아갈 준비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아줌마의 모습만 있더군요.

그동안은 당장 하루하루만을 생각하며 바쁘게 살아온 날이기에 앞일을 위한 나 자신의 발전이나 투자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기 때문이었겠죠.
이제 남편 없이 가장이 되어 살아가자고 보니 그 흔한 운전면허증 하나 없는 내 모습이 어찌나 초라하고 한심스러운지, 그렇게 후회가 되고 내 자신이 미운 마음이 들면서 눈물만 흘렸습니다.
실컷 울고 나서 조금은 후련한 마음으로 동사무소에 찾아가 동사무소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솔직한 지금의 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해결책을 주더군요.

사회로 나가고자 하는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고 사회진출을 위한 공부를 하는 동안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생활비를 지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 걱정이 해결되고 나니 편한 마음으로 자격증공부를 하였고 두 달 만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게 되고, 장애인 활동 도우미 자격증도 함께 따게 되었습니다. 취득한 자격증을 활용하여 일하고자 했으나 막내가 너무 어려 주, 야간 근무가 불가능하였고 일을 포기할 수는 없어 사회복지사와 상담 후 자활센터라는 곳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1부의 인생이었다면 지금 저는 자활에서 2부의 제 인생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자활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의 시작이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지만 자활센터라는 곳이 내 인생의
반환점이 될 수 있다. 라는 생각에 늘 열심히 참여하였고,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자활센터에 참여하게 되면서 일을 하는 과정을 통하여 자신감을 얻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참여한 덕분인지 센터 팀장님들과의 관계도 좋아 지금은 나를 항상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팀장님들 덕분에 두부사업단에서 반장직을 맡게 되었고 믿고 따라주는 사업단 식구들과 함께 서로 의지하며 두부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업단에서 두부를 만들어 지역 장터에 참여하여 두부가 잘 팔리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그동안 내가 해왔던 모든 것들에 보상이라도 받은 듯이 기분이 좋고 신나서 더 열심히 만들게 되고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업단을 통하여 두부 기술과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지만 자활센터 참여 이후의 더 멋진 나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기에 저는 지금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많이 늦고 부족하지만 팀장님들의 격려와 도움 덕에 대학공부도 하고 있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자격증 공부도 하여 ʻ지역 아동 교육지도사 2급ˮ, ʻ방과 후 학교 지도사 2급ˮ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2년 내에 간호조무사 자격증과 졸업 전 1급 사회복지사 시험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고비는 있기 마련이지요. 저 또한 갑작스러웠던 그 시절들이 너무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참고 견디어 낼 수 있는 인내심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았던 것이 씨앗이 되었고, 좋은 자활에서의 팀장님들의 격려와 걱정들이 싹을 틔울 수 있는 물과 거름이 되어 인생을 헤쳐나갈 용기와 자신감에싹을 틔울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는 저의 노력과 성실함으로 자활에서 새롭게 길을 연 인생의 2부를 잘살아 보려 합니다.

사무실 문을 열 때마다 항상 밝은 미소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시며 저의 도전에 변함없이 응원해주시는 센터장님과 실무자분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원광지역자활센터는 저에게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열어주신 기회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회를 통하여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내 자신의 꿈도 잘 키워가며, 조금 더 성장했을 때의 나의 희망찬 3부의 인생을 위해 큰 나무가 될 수 있도록 나를 조금 더 잘 키워 나아가겠다고 희망의 일기를 써 내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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