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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굿모닝
  • 년도2014
  • 기관명한국자활복지개발원
  • 제출자추정숙
  • 조회수2,040

*자활수기집 제10호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입선 '추정숙 님'의 이야기 입니다.

오늘도 굿모닝


월요일은 지옥이다. 학교 화장실이 정말 가관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수치심을 모른다. 화장실 휴지를 아무렇게나 내버리고 물도 내리지 않는다. 고약한 일부 여자아이들은 무슨 행위예술을 하듯이 생리대를 사방 벽에 붙여놓기도 한다.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입시경쟁 때문이다. 아이들은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고 그 스트레스를 청소부인 나에게 푼다.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청소를 한다. 아이들에게 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대해 욕을 한다. 아이들이 더 이상 나에게 스트레스를 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우리나라 학교가 학원이 아니라 학교로서의 역할을 다했으면 좋겠다.

쓰레기를 줍고 빗자루로 쓸어낸 뒤 밀대로 닦는다. 이마에 어느새 땀이 솟고 온몸은 땀으로 샤워를 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다리가 후들거린다. 만약 내가 오늘 아침 결근이라도 하게 되면 학교는 쓰레기장이 될 것이다.

나는 투덜거린다.
“남의 집 똥통 닦느라 우리 집 똥통은 닦지도 못하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아파트와 원룸 주인들은 청소상태가 좋지 않다고 잔소리를 해댄다.

청소를 다하고 난 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실수로 떨어뜨린 것도 전단지가 뿌려진 것도 모두 청소하는 우리들 때문이란다. 만약 우리 같은 청소부들이 하루 일제히 청소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도시가 온통 지옥처럼 되어버릴 것이다. 이런데도 학교 측은 내가 몸이 아파 병원이라도 가려고 하면 인상을 찌푸리면서 언짢아한다. 아니 청소하는 사람은 기곈가? 더럽고 궂은일은 모두 우리가 해내는데도 대우는 해주지 않는 참으로 더러운(?) 세상이다. 나는 오만 불평을 하면서 청소를 모두 해치운다. 근 세시간만에 허리를 펴고 계단에 걸터앉는다.


갑자기 남편의 얼굴이 떠오른다. 남편이 저 세상으로 떠나간 지 이제 이주일이 지났다. 일을 할 때는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이렇게 시간만 나면 남편이 떠오른다. 아직도 남편이 방문 앞에서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다정한 사람은 아니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여리고 순한 사람이었다. 암 판정이 난 뒤 아들마저도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하던 모진 남편의 마음 뒤에 숨어있는 따스한 마음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남편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같은 날 함께 죽자고 굳은 맹세를 했었지만... 유언 한마디 하지 못하고 떠나갔다.

며칠 전 태풍이 왔던 날, 나는 밤새도록 문 앞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혹시라도 올까봐... 나를 바라보던 아들이 말했다.

“아빠는 다시 돌아오지 못해”
어느새 남편만큼 부쩍 자란 중학생 아들이 어른스럽게 나를 위로했다.
그렇다.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외아들을 잃은 한 여자가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아들 생각만 하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찾아갔다.

여자는 죽은 아들만 살려주신다면 무엇이건 다 하겠다고 했다.
부처님이 말했다.
“조상이 한 명도 죽지 않은 집에서 겨자씨를 구해 오너라. 그러면 아들을 살려 주겠노라.”
여자는 죽은 아들이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조상이 죽지 않는 집을 찾아 겨자씨를 구하러 다녔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런 집은 없었다.
결국 여자는 많은 집을 방문하면서 죽음의 슬픔이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죽음의 슬픔은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계단에서 힘차게 일어난다.

‘누구나 겪는 일, 혼자만 운이 나쁘다고 엄살 부리지 말자. 오늘도 굿모닝, 내일도 굿모닝이다.’
나는 빗자루를 들고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간다.

“야들아 화장실에 제발 쓰레기 아무데나 좀 흘리지 말거라. 내가 죽겠다.”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 내어 웃는다. 웃으라고 한 게 아닌데 이 모양이다. 나는 빗자루를 교실 천장 위로 흔들며 엄포를 주고는 나온다.
“다음에 잡으면 가만 안 둔다.”
내일은 오늘 보다 낫겠지……. 오늘도 중얼거리며 도시락 보자기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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