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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있어 행복한 여자
  • 년도2014
  • 기관명한국자활복지개발원
  • 제출자김경화
  • 조회수2,487

*자활수기집 제10호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입선 '김경화 님'의 이야기 입니다.

직업이 있어 행복한 여자



한 폭에 수채화처럼 예쁘게 물들여져 있는 단풍들을 보면서 벌써 가을이구나 새삼 하늘을 보게 된다.

지나온 삶을 생각해보면 쓴 웃음 지으며 정말 어떻게 살았는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다. 결혼 전 직장생활만 하던 나는 부유층은 아니어도 문화생활을 즐기며 힘들지 않게 살아왔다. 자영업 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였고 남들 다하는 부부싸움 하면서 그런대로 잘 살았다.

남편이 하는 레스토랑도 잘 되고 하루건너 하루씩 술주정도 받아 넘기며...(딸, 아들 낳고)

그러던 어느 날 집을 지어야겠다고 하며 업자를 만나 건축도면을 보면서 견적을 내고 있었다. 무슨 돈으로 집을 짓냐고 하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팔고 레스토랑 정리하고, 은행 대출 조금 받으면 사놓은 땅에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안달이 났다.

몇날 며칠을 싸우고 말리고 해도 소용없었다. 일사천리로 업자를 만나 계약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완공 기간도 지연되어 손해 보며 겨우 입주를 하게 되었다.

집을 지을 때도 무리해서 지었는데 장사까지 적자를 보게 되니 나로선 감당이 안됐다.
손님은 점점 떨어지고 집을 지으며 늘어난 부채(이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 갚을 길이 없었다. 결국 건물을 넘기며 마음이 너무 아파 며칠을 울었다.
방 한 칸 얻을 돈도 없이 나와야 했고 남편은 점점 더 난폭해져 술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더 이상 숨이 막혀 살 수가 없어 남편과 이혼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아이들은 당분간 남편이 보기로 하고 집을 나와 친정집에서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매일 매일 아이들 얼굴이 아른거리고 아이들 소리만 나도 우리 아이들이 왔나 싶어 내다보며 낮이고 밤이고 울음으로 살았다. 보다 못해 친정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고 알코올 중독이 된 남편은 아이들을 돌 볼 상황이 아니었는지 선뜻 아이들을 데려다 주었다.
지금도 차마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다. 그때 아이들 모습만 생각하면 미안하고 또 눈물이 난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이제 엄마랑 여기서 같이 사냐고 하며 좋아했다.

막상 아이들을 데리고 왔지만 살길이 막막해 하던 중 가끔 눈인사로 지내던 교회 집사님이 동사무소나 시청사회복지과에 가서 상담을 하라고 권유 하셨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복지과에 찾아가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는데 눈물이 펑펑... 잘 될 거라고 휴지를 건네시며 위로 해주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자활센터에서 상담하러 오라고 전화가 왔다. 담당자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 여러 사업단을 설명해 주셨다.

처음에는 내가 과연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과 남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대인기피증(?)이랄까? 언젠가부터 남을 만나는 것에 두려움이 앞섰다.
벌써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쿵쿵 뛰고 답답해지며 머리가 멍해졌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사나? 왜사나? 삶의 회의를 느끼며 이러면서도 살아야 하나 많이 생각했었다. 상담을 받고 돌아온 그날 엄마를 기다리다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며 그동안 주저함이 없어졌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드렸고 출근을 했다. 가사간병사업단에 첫 발을 디뎠다.

발걸음은 무겁고 긴장되었지만 대상자를 막상 보니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일주일이 지나갔는지 모르겠고 이런 일이 처음이라 한동안 힘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생활에 내 마음에 문도 꽉 닫혀 있었던 터라 대상자 서비스가 그리 쉽지 만은 않았다.
이렇게 몸이 불편하신데 혼자서 투병 생활하는 것이 나에게는 의외의 일로 느껴졌다.
당연히 보호자가 있을 거고 보호자가 간병을 하는 게 아닌가?
또한 TV에서나 볼 수 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계신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나에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무엇이 힘들었던 것일까? 생각하며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사업단이 바뀌어 병원에서 간병 일을 하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나에겐 입가에 웃음이 생기게 되었고 내가 겪은 고통과 아픔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오늘 환자에 대해서 생각하고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것을 필기하며 나를 찾는 손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고 뿌듯한 마음에 어깨가 절로 으쓱여졌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접하면서 이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환자가 너무 아파하고 고통을 호소할 때면 어찌해야 하는지 감당이 안 된다.
또 열심히 케어하고 다음 날 출근 했을 때 환자분 상태가 위독하여 중환자실로 가셨다든가 아니면 사망 하셨을 때 그 날 하루는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마음에 상처는 주지 않았나? 아파서 짜증내신 걸 잘 위로해 드리지 못한 건 아닌지 마음 한구석이 내내 아프다. 가끔 힘들게 하는 환자분들도 있지만 그때그때 지혜롭게 잘 넘기고 견디어 주는 나 스스로에게 고마워 할 때도 있다.

요즘 자격증시대라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다.
주간엔 일을 해야 하므로 힘들지만 야간반을 신청해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았다. 밤 11시가 되어 끝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열심히 한 댓 가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받고 나니 왠지 더 당당해지는 건 뭘까? 나에게도 뭔가에 가능성을 기대해야 하는 건지? 이 마음은 무슨 뜻??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고 그저 열심히 살며 일한 것뿐인데 제1차 모범종사자 워크숍이 있었다. 강원・서울지역 종사자 15명중 춘천지역은 센터에서 저를 추천해 주셨다. ‘제주도로 워크숍...... 너무 감사한 일이 아닌가.’
타 지역에서 오셔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잠깐!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이야기를 서로 공감하면서 어느새 언니・동생이 되었다.
프로그램도 여가시간이 넉넉해 피곤한 줄 모르고 소리 지르고 웃으며 단시간 여행을 즐기며 그동안에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보냈다. 춘천지역 자활센터가 나에게 이렇게 큰 선물을 주다니 희망이라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열심히 살면서 그 선물에 보답할 것이다.

좋은 일(?)이 또 생겼다. 작년 11월에 간병사업단 전담관리자로 반장이 되었다. 조금 망설였지만 한번쯤 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았다. 반장이 되고 참여자들과 왠지 서먹해진 분위기, 하지만 그것도 잠깐. 참여자들과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공유하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경청하며 관심을 주었다.
센터에서 인문학강의도 듣게 해 주셔서 강원대학교에 가서 학생들이 사용하는 책. 걸상에 앉아 8회 차 강의를 들으며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강의내용은 리더십에 관련된 인문학 강의였고 그중에 기억나는 서번트 리더십(섬김의 리더십)이다.

섬김은 도덕적 가치들을 바탕으로 하며 스스로 리더가 구성원들보다 앞서 모범을 보이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이라고. 또한 경청을 통해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공감을 통해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를 찾아야 한다고 하여, 그것을 토대로 소통이 되도록 노력하였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자활의 공통점은 한번이상 실패에 경험이 있다. 각자의 실패를 내 일처럼 안타까이 여기고 서로 격려할 수 있는 것은 자활만이 가지는 특권(자산)이다.

솔직히 지난 일들을 어느 누구에게도 속편하게 말을 못했다.
부모. 형제에게도 걱정하실까 아픔이 있던 나에게 아침에 일어나면 나의 직장이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아침은 아이들과 전쟁이지만 그래도 얼굴엔 미소가 진다. 참여자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며 안부도 묻고 하하 호호 오늘도 화이팅을 외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있기 마련이지만 나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 새로운 길을 열어준 센터에 감사함을 표한다.
지금 제가 안정되고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자활과의 인연으로 난 나의 소중한 삶의 발전 가능성을 알았고 이렇듯 자활사업이 널리 알려져 어려운 이웃들의 밝고 안정적인 내일의 생활을 위하여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재물을 잃는 것은 인생의 일부를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인생의 절반을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인생의 모두를 잃는 것이라고.

여러분 건강하시고 아직도 어둠속에서 등불을 찾고 계신 분들 힘내세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자활에 많은 관심과 귀 기울여 최저임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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