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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플라워! 구름 속에서 한줄기 빛으로
  • 년도2014
  • 기관명대전서구지역자활센터
  • 제출자이재견
  • 조회수2,057

*자활수기집 제10호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입선 '이재견 님'의 이야기 입니다.

엔젤플라워! 구름 속에서 한줄기 빛으로


돌이켜 보면 구름 낀 산자락에서 벼랑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무엇으로 견디어냈는지, 어디서 나온 힘이고 믿음이었는지, 하지만 지금은 빛이 있는, 그리고 구름 속에서 한줄기 빛이 보이는 시간이기만 합니다.

저는 대전서구지역자활센터 ‘엔젤플라워’ 이재견이라고 합니다. 44세의 여성이며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저는 대전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대학진학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갑작스런 사업실패로 자포자기한 부모님... 잃어버린 재산을 되찾으려 민사 재판에만 매달리셨던 아버지를 대신하여 저는 20세에 서울로 상경하여 생활 전선에 뛰어 들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저는 지독할 만큼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월급을 받으면 70% 이상을 가족의 생활비로 송금했습니다. 그 당시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던 두 남동생을 대학졸업과 캐나다 어학연수까지 뒷바라지 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었지만 동생들을 보면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29세가 되던 해에 수녀님이신 이모의 중매로 결혼하여 4년 뒤 아들 준희를 낳았습니다. 아들이 10개월 때 식당을 개업하여 육아와 생업을 병행했습니다. 가게도 성황리에 잘 운영되고 돈도 제법 모였습니다. 남편도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라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남편은 이상한 증세를 보이며 아프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직장생활도 불가능해져 실직하게 되었고, 잦은 병원 입원으로 우리 가정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장사도 기울기 시작해 결국 남편의 병원비와 수입 감소로 2007년 말에 가게를 정리해야만 했습니다.

1억원이 웃도는 가게는 밀린 월세와 계약기간 만료일이 다가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폐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단돈 10원도 건지지 못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입니다.
극심한 우울증과 자살충동까지 느끼며 하루하루를. 마지못해 살았습니다. 남편과도 다툼이 잦아져 결국에는 이혼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혼자 몸으로 도저히 서울에서 살 형편이 못되었고, 친정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하고 계셨기 때문에 저는 친정집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대전으로 이사 온 뒤 우울증이 더 심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습니다. 병원 진단 결과 뇌혈관류와 우울증 손목터널 증후군 진단을 받았습니다. 뇌혈관류는 뇌의 혈관이 팽창하면서 다른 신경에 자극을 주어 구토, 어지럼증을 유발하여 먹지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만 편안해지는 병이었습니다.


2009년 3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었고 7개월간 투병생활을 혼자 감당했습니다.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정부의 생계지원비 50만원을 받아 어렵게 생활을 유지하고 있을 때, 동사무소의 소개로 대전서구지역자활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에스빠스사업단’의 일원으로 자활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에스빠스사업단’은 저에게 한 줄기 빛이고 희망이었습니다. 저와 같은 상황의 동료들이 함께 모여 실내조경 공부와 꽃꽂이 교육을 받고 자립 자활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자활센터에서의 생활은 뇌혈관류도 잠재웠습니다. 뒷목에 맞던 혈관주사도 서서히 감소하여 지금은 약도, 주사도 맞지 않고 생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활센터의 실무자분들은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자상하고 상냥했습니다. 저에게 있어 자활센터는 종합병원이었고 실무자분들은 저의 주치의고 사업단 동료 분들은 상담자였습니다.

눈을 뜨고 맞이하는 아침이. 그리고 그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2009년 9월 21일. 자활사업에 참여하여 2010년 2월 20일 실내원예 조경사 3급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3월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가정학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2011년 7월 12일 대전광역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한 생활원예 콘테스트 ‘아이디어 가든’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여 그 해 10월에는 “제7회 대한민국 도시농업 경진대회(아이디어 가든 부분)”에 대전 대표로 출전하는 영광도 갖게 되었습니다.


에스빠스사업단의 2011년 상반기 매출목표는 1,200만원이었습니다. 사업단 반장인 저는 담당 선생님과 사업계획을 의논하고 2월 졸업꽃다발 판매에 돌입했습니다. 2011년 2월 졸업식 꽃다발 판매를 시작으로 700만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였습니다. 1월부터 ‘에스빠스사업단’ 동료들과 졸업 꽃다발 연습에 매진했고 사업단 보드 판에 2월 목표액을 설정했습니다. 사업단 상반기 목표를 큼지막하게 빨강 펜으로 써놓고 그 옆에 ‘우리는 할 수 있다.’ 라는 문구도 함께 써 놓았습니다. 판매 전날은 꽃을 구입하고 손질하여 오후에 꽃다발 포장작업까지 모두 해 놓고 판매 당일에는 6시 이전에 출근하여 졸업식이 있는 학교로 팀을 나누어서 꽃다발을 배송하고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담당 선생님도 동행하여 같이 판매를 해서 더욱 더 힘이 생겼습니다.


2월 졸업식 주변은 꽃다발 장사하시는 분들로 넘쳐 났습니다. 기업형 가게, 우리보다 경험이 많으신 분들은 전날 판매 장소를 잡아 놓아서 학교 정문 앞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한쪽 귀퉁이에서 판매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의 기술은 그분들보다 부족했고, 길거리 판매 경험도 없어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매장도 없이 사무실에서 꽃다발 작업을 해서인지 소중한 꽃들은 한 겨울인데도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졸업식 꽃다발 시장은 살아있는 삶의 전쟁터 같았습니다. 판매를 마치고 사업단에 복귀할 때의 모습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월계관을 쓴 모습이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강행군이었으나 얼마나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던지.... 사업단 분들은 서로 존중하고 의욕을 심어주고 서로 도우며 행복한 2월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꽃시장의 하이라이트인 5월 어버이날 카네이션 판매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2백만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 했습니다. 졸업식 꽃다발 판매에서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연이어 다양한 고객에게 플랜트박스 납품으로 매출을 올렸습니다. 간간히 했던 관엽식물 길거리 판매 수입을 합쳐 6월말까지 계획했던 상반기 매출목표액을 달성하였습니다. 7월부터는 시장진입형 사업단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릅니다. 꽃시장에서 꽃을 고르고 포장하고 우리 노력으로 이루어 낸 성과라 생각하니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반장을 믿어준 에스빠스사업단 동료들과 실무자선생님이 큰 힘이었습니다. 믿고 지지해준 분들이 있기에 시장형 전환의 목표를 6개월 만에 이룰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조금의 욕심을 내서 공동체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할 수 있다’는 힘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소원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서구청의 지원을 받아 5,000만원의 매장 보증금을 확보하여 20평 남짓한 매장을 얻게 되었고, 희망 가득한 마음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직접 하게 되었습니다. 매장 도면을 직접 그리고, 자재를 구입하여 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인테리어를 직접 하다 보니 우리 실정에 맞는 매장을 만들 수 있었고, 매장에 대한 애정도 더 생기게 되었습니다. 2011년 졸업식 꽃다발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 졸업식 판매는 우리의 팀워크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더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매장 공사와 졸업식 판매 준비로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고 분주한 일정이었지만 마음만은 기대와 희망으로 부풀어 행복했습니다. 드디어 2012년 2월 24일. 매장 오픈식을 하였습니다. “엔젤플라워” 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구청장님을 비롯한 많은 후원자님들을 모시고 개업식을 하였습니다.


지금 엔젤플라워는 올해 3천만원의 매출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엔젤플라워’의 비전은 ‘더욱 더 배우고 익혀서 대전에서 제일가는 플랜트박스 기술과, 손님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꽃가게를 목표로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것’ 입니다. ‘엔젤플라워’ 동료인 순애, 은혜, 성욱씨, 순철씨, 그리고 우리를 지원해 주시는 센터장님과 센터의 선생님들 너무나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 받고 있는 사랑을 꼭 갚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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