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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절한 금자씨?
  • 년도2013
  • 기관명김제지역자활센터
  • 제출자이금자
  • 조회수2,063

*자활수기집 제10호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은상 '이금자 님'의 이야기 입니다.

나는 친절한 금자씨?

저는 김제지역자활센터 지그재그사업단에서 오늘도 열심히 미싱을 돌리는 이금자입니다.

올 여름은 얼마나 더웠는지요, 올가을은 안 올 것 같았는데^^ 벌써 울긋불긋 예쁘게 물들어가는 가을이 왔네요.

제가 이곳에 처음 들어온 것은 2004년 초봄인거 같아요...
계속되는 아빠의 사업실패와 그리고 교통사고와 병원입원 그리고 교통사고 후유증 뒤로 술을 입에 대면서 시작된 남편의 폭력.
시댁은 엄청 보수적이었고 어쩌다가 남편을 만나 서울에서 김제로 내려온 이 서울아가씨는 모진 시집살이에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답니다.

여자가 밖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은 논일 밭일이 다여야 하고 남자들과의 겸상은 커녕 식사 다 하시면 남은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드랬죠. 집안어른들과 마찰이 참 많았어요. 특히 시아주버니는 유독 심하셔서 이 서울아가씨가 집안을 많이 시끄럽게 했드랬죠. 다들 집안에 사람하나 잘 못 들어와서 시끄럽다고들 하셨고 처음엔 남편이 내편이 좀 되어주더니 전혀 변화가 없더군요.

그즈음에 저의 말대꾸는 남편의 손찌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업단 출근을 할 때마다 내 얼굴에는 가을이 왔었습니다.
뭔 가을이냐고요?
눈은 탱탱 붓고 얼굴 여기저기 멍자국에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웃고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정말 창피하고 아이들에게도 너무 무능한 엄마로 보여서 세상을 등지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요.

그러다가 업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디스크까지 와서 정말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 집 애들은 큰아들이 고 1, 둘째가 중 2, 막내가 초 4.

폭력에 힘들었지만 세상의 등불이 되어준 나의 아이들 때문에 차마 삶의 끈을 놓지 못했습니다.
살아야겠다. 나는 굶어 죽더라도 우리 아이들만은 잘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면사무소를 찾아갔었는데 그날이 자활센터와의 인연이 시작된 날이었네요.

그 당시에는 뭐 하나 갖춰 놓은거 없었고 사업단 초기단계라 기껏해야 미싱기 1대 정도였고 기술은 바느질이 전부였던 김제시 영세민 몇 명.

처음엔 서로가 의견충돌이 많았고 기술적인 면도 많이 부족하여 불량, 반품도 많이 나와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었네요.
벌써 근 10년이 되어가네요... 지금은 20명이 십여대의 미싱기와 아이롱으로 자활기업을 목표로 달려가는 사업단이 되어있네요.
머리엔 어느새 하얀 서리도 내리고 있으니 참 시간이 빠르죠.


사실 그때 매일 출근하는 저의 마음에는 우리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애들 좀 더 잘 먹이고 싶어서, 이 일에 대한 자부심 보다는 어쩔 수 없이 일터에 나와서 일을 해야 했기에 착찹하고 무거운 맘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런 쥐꼬리만한 월급이나마 내 새끼들 먹이고 키워낼 수 있어서 아득바득 이겨내고 살았죠.


그러다가 3년 전인가 보네요.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주폭이었던 남편의 사망소식.
레미콘차량을 운전하던 그 사람이 자기차 바퀴에 깔려 죽었다네요.
참 모질던 사람 죽어도 어찌 그리도 모질게 죽어나가던지요.

눈물도 안나대요 그땐
나를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원수처럼만 느껴져서 그랬는지
그땐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훌쩍 커버린 울 아이들이 그러대요.
“하늘나라에선 아빠 술 안드시겠지?”
“그래 아마 많이 후회하시면서 술은 입에도 안댈끼야” 하면서 살짝 남편이 그립기도 합니다.

이제 시장형으로 자활기업을 준비하고 있고 내가 그 중심에 서있네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그러대요... 그래선가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업을
구상하고 뭔가를 해결해주는 일이 생길 때마다 자부심이 막 샘솟네요.


오갈 때 없이 남편한테 맞고만 살던 이금자가 저같이 살고 있는 여인네들 맘을 어루 만져주고
들어주는 친절한 금자씨가 되어있네요.
정말 친절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이젠 제법 기술이 뛰어난 인력들로 채워져 있는 우리 지그재그.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거 보다는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어요.

저에겐 꿈도 생겼어요. 어엿한 자활기업 경영자가 되는 꿈이요.
오늘도 저는 이 꿈을 가슴에 꼭 안고서 달려갑니다.
친절한 금자씨가 달려갑니다.


끝으로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격려와 관심, 그리고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 김제지역자활센터 실무자님들께 감사드리며!

하늘에서 보고 있는 남편! 이제야 말합니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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