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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에 늦은 나이는 없습니다
  • 년도2013
  • 기관명제천지역자활센터
  • 제출자강명희
  • 조회수2,006
*자활수기집 제9호(희망의 사다리)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입선 '강명희 님'의 이야기 입니다.

배우기에 늦은 나이는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명희입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왔던 제가, 자활센터가 복지센터 외에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었는데 남편을 잃고 한순간에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만 했던 저는 2006년 6월 18일 제천지역자활센터에 참여자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근무하게 된 곳은 영농사업단으로, 봄부터 여름까지 구절초밭을 메고 가을이면 꽃을 따서 겨울에는 한 해 동안 수확했던 구절초로 구절초차, 구절초환, 구절초엑기스를 만들어 상품으로 판매하는 곳으로 평범한 가정주부이었던 제가 비록 서툴지만 세상에 나와 제 손으로 키운 작물들이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판매가 되는 것을 보면서, 어느새 많은 이들의 도움 속에서 잘 어울려 살아 갈수 있게 된 제 스스로에게 보람도 느끼고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06년 가을 충주에서 열렸던 충북자활한마당을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 살면서 때론 모난 성격 탓에 살아온 시간들이 거칠고 바쁘게 돌아가서 사람을 사귐에 있어 서툴고 낯설기도 했지만, 그렇게 한자리에 모여 서로서로 살아가는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며 동료들과 서로 힘든 어깨를 마주하고 서니 “아 이게 사람 사는 것이었구나!” 누구보다 가슴 깊숙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지금도 저는 지난 12월 31일 한해를 마무리하는 종무식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안미령 관장님께서 하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눈물을 훔치고 마음 깊게 새겨 듣던 처음의 자세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2010년 2월, 부득이한 사정으로 영농사업단이 아닌 인큐베이터사업단에 새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지치고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에 제가 포기하지 않도록 제게 손을 내밀어 주신 안미령 관장님과 박월순 실장님께 지금 이 글로나마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고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인큐베이터 사업단과 더불어 제가 새로 일하게 된 곳은 “아침햇쌀떡베이커리”라는 곳인데 처음 제가 지역자활센터로 왔을 때 느꼈던 것처럼 적응도 안 되고 고된 일에 지쳐 박월순 실장님께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릴 때마다 항상 다독여 주셔서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아침햇쌀떡베이커리에서 봄, 여름, 가을…. 어느새 겨울, 한해를 보내는 동안 일도 손에 익히고 평소 떡집에서 만들어진 떡을 먹어만 보다가 서툴고 부족한 솜씨지만 사과단자, 송편 등 알고 있었던 것들에서부터 생소한 떡들까지 과정 하나 하나 사람들과 어울려 만들어 보고 느끼고 먹어 보고 이것 또한 제가 인생을 한걸음, 한걸음 배워가며 살아가는 과정들이 아닐런지요.

또 올 한해에는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려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하고 부족한 제 자신 탓에 생각조차 못하고 차마 하려고 해보지도 못했는데 제천지역자활센터에서 지원해주셔서 검정고시와, 바리스타, 컴퓨터 자격증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늦깎이 학생이라 그런지 아직도 서툴고 부족하고 실수투성이라서 일과 학업을 같이 병행한다는 것이 마음만큼 그리 쉽지만은 않더군요. 주위에 많은 이들을 보게 되다 보면 어느 새 나이가 들게 되고 저만큼 또는 저보다 더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빠듯하고 “내가 이제서 뭘 배워, 난 못해, 난 안 돼”라거나 남들보다 뒤쳐질까 창피해서 배우기를 꺼려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열 번, 백번, 천 번 그보다 더 많이 배우기에 앞서 두렵고 무섭고 이 나이에 뭘 하겠다는 생각부터가 설레는 만큼 두렵기고 했습니다. 지금껏 제게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이란 국어는 한글이고, 영어는 내가 못하는 남의 나라말, 수학은 계산 하는 것, 과학은 신기한 것, 사회는 내가 살아가는 현실일 뿐 내가 배워야겠단 생각도 배울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저는 할 수 있고 제가 배우고 깨우쳐야 제 자신이 한층 더 깊이 있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어과목에서 “시”라는 주제를 배우게 되면서, 부정적이고 차갑기만 했던 제 마음이 윤동주 시인의 서시만으로도 녹을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저 역시 여자인가 봅니다.

남편을 잃고 아이와 단 둘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내 자신만의 책임이 아닌 한 아이의 엄마로서 더욱 강하고 단단해져야 할 뿐 사실 여자로서의 삶은 포기해야만 했으니까요. 시어 하나 하나에도 마음이 아름다워지고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공부 할 수 있고, 또 딸아이와 함께 그날 그날 배웠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딸아이가 몰랐던 것들을 가르쳐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보람을 느낍니다.

“참 잘했습니다.”라는 말이 저는 그렇게 행복한 말인지 몰랐어요. 이럴 줄 알았다면 자라나고 있는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줄 걸 그랬습니다. 배우는 동안 작은 수첩에 적은 그날 그날의 자잘한 일상, 남이 들여다 보면 별일 아니고 어쩌면 누군가는 “별 걸 다” 하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를 일이지만, 제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은 소중한 삶이예요.

요즘 가장 아이처럼 신이 나 있는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하면서 커피에도 원산지와 분쇄의 정도에 따라 등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10년 7월에 새로이 만나게 된 인큐베이터 사업단의 이보람 선생님과 함께 하는 것 또한 즐거움이 되어버렸습니다.
생활하는데 불편하거나 급히 찾아야 할 자료가 있어 컴퓨터로 도움을 받아야 할 때는 늘 딸아이가 하는 것을 등 뒤로 어깨 너머로 그저 “세상이 좋아졌다, 신기하다”라고만 생각하고 제가 할 엄두는 못 내고 있었는데 컴퓨터 학원에서 워드자격증반을 수강하게 되면서 평일 저녁에는 아이와 서로 컴퓨터를 하려고 자리다툼을 하는 일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뭐든 처음 시작하는 것은 두렵습니다. 제가 배우는 것들은 어쩌면 미약하고 작은 것일 테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배워보려고 합니다. 우울할 새도 없이 바쁘게 살아오면서 또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친구들 외에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디고 서툴던 저였지만 어느 새 많은 이들과 어울려 또 도움을 주고 받으며 이제는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늦깍이 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처음 제천지역자활센터에 근무하게 됐던 그 날의 마음가짐으로 이전에는 부족해서 감추려 들었던 것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제는 그저 평범했던 가정주부가 아닌 제 노력으로 돈을 벌수도 있고 시간약속 또한 철저히 지키게 됐으며 사람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고 남을 위로하고 배려하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정말 많은 스스로의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거쳤지만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하루를 사랑하니 그 하루를 이루는 모든 것, 작은 것, 낡은 것, 지금 곁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사랑하고 더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한해를 정리하고 가을 단풍 속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는데 읽기에 불편함은 없으셨는지요.

마지막으로 제가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믿고 도움을 주고 지켜봐 주신 안미령 관장님과 박월순 실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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