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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난 연습한다
  • 년도2013
  • 기관명한국자활복지개발원
  • 제출자임광순
  • 조회수1,728

*자활수기집 제9호(희망의 사다리)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입선 '임광순 님'의 이야기 입니다.

오늘도 난 연습한다


하늘이 무너졌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나에게 남편의 죽음은 절망이고 삶의 끝이었다.
내 몸과 마음은 번개 맞은 듯 감전되어,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 더불어 황금 같은 내 새끼, 내 아들은 나와 함께 땅속으로 어둡게 꺼져가고 있었다.
어느 날 해질 무렵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내가 그렇게 슬픔에 잠겨 삶의 활력을 찾지 못했던 공간에서 “에~휴~~!” 짙은 노인의 한숨이 들린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나의 아들이 무기력한 나의 모습을 닮아 마치 삶의 희망이 전혀 없는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다.
아들의 한숨이 내 정신을 때린다.



난 일어나야 한다.
나는 살아야 했다. 하늘은 무너졌어도, 아들의 미래는 밝게 지켜줘야 한다.
낮에는 마트에서, 밤에는 식당 아르바이트, 주말에는 예식장 서빙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나의 몸무게는 43kg 밀린 공과금과 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힘들다.



기회가 나를 찾다.
지친 몸과 마음이 다시 축 축 늘어질 즈음, 인생의 마지막 기회가 돌고 돌아서 드디어 나를 찾아왔다.
자활이 뭔지도 모르고 이끌려 2009년 2월 21일 이미용 사업단에 들어왔다.
내 나이 40대 후반
머리를 한 번도 깎아보지 않은 내게는 너무도 막막한 일이었다.
어색했지만, 나와 같은 처지의 동료들ㆍ팀장님은 나의 삶을 포근함으로 감싸준다.
나만 힘들고, 죽어야지만 끝날 줄 알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살고 싶은 세상이 되었다.



나의 사랑이 필요한 그분들.
굴속 같은 상하 방에서 화장실도 갈 수 없어 몇 날 며칠 쌓여져 있는 요강 속의 배설물들. 그러면서도 자식자랑에 삶을 의지하며 나만 바라보는 노인들. 그분들의 기름기 하나 없는, 억새 같은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자르며 난 내 삶의 절망도 함께 잘랐고, 삶의 희망 빛줄기를 잡는다.
몸은 반신불구로 손가락과 눈만 겨우 움직이는 장애인. 머리카락이 눈을 찔러도 젖힐 수 없는 그분 나를 보며 웃는다. 나도 웃는다.



태어나길 잘했다. 난 소중하다. 난 할 수 있다.
그 소중한 끈들을 더 강하게 붙잡기 위해 2년제 전문대 뷰티미용과 신입생이 되었다. 방바닥에 온몸을 녹이며 절망에 눈만 깜박였던 내가 대학생이 되다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다.

내게 이런 기회와 용기를 주고 웃을 수 있게 해준 자활센터.
친정 엄마같은 센터장님, 큰언니 같은 팀장님, 자매 같은 우리 이미용 식구들. 집처럼 편안한 우리 센터, 우리 이미용 사업단.

공부가 즐겁다. 일이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우리 식구들이 나를 반장으로 뽑아주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분들께 할 수 있는 일을 하기위해, 난 오늘도 이미용 사업단 반장으로서 1등으로 출근해 청소하고, 물품정리하고, 스케줄 조정하고, 연습한다.
한눈 팔 겨를이 나에겐 없다.
열심히 해서 나의 마지막 목표는 미용실 오픈이다.
1차 목표는 현재 미용실매장이 공동체로 나갈 때 꼭 공동체 대표가 되어 나와 내 동료가 자립할 수 있는 빠른 길을 마련할 것이다.
2차 목표는 경제적 독립, 내 자신의 미용실 오픈이다.
아들이 대학을 마치고, 결혼을 하고, 내가 늙었을 때 아들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경제적인 독립을 꼭 해야 한다.



오늘도 난 연습한다.
내 인생에 3년의 기간은 20년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다.
집의 잠자리 머리맡에는 마네킹과 가발이 항상 세워서 있어서 언제든지 난 미용사로 변신할 수 있다.
가윗날에 손가락이 베여, 염색약에 손가락 마디가 갈라져도 난 즐겁다. 행복하다. 가위가 나의 소독약이고 영양제다.

아들아! 내가 너의 엄마이다. 너의 엄마는 이렇게 행복하다.
그동안 착하고 멋지게 기죽지 않고 자라준 우리 아들 너무 고맙고, 사랑하고 너로 인해 엄마는 행복하고 세상을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단다.

아들! 엄마가 꼭 너의 이름이 새겨진 미용실 간판을 얼른 올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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