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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두걸음...
  • 년도2012
  • 기관명한국자활복지개발원
  • 제출자정여주
  • 조회수2,078

자활수기집 제9호(희망의 사다리) 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입선 '정여주 님'의 이야기 입니다.


한걸음 두걸음...


“너 요즘 뭐하고 지내?”
“응~ 마켓에 다니고 있어~” 자신 없는 목소리가 상대방을 향한다.
친척들 친구들 한 번씩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어김없이 물어오는 말들이다. “마켓? 야야야 힘들겠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거야?” 물론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난 얼버무리고 말았었다.

‘강동푸드마켓’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기업이나 학교, 단체, 개인에게 물품을 기부 받아 어려운 분들에게 무상으로 지원하는 곳이다. 복지 도우미로서 강동자활센터에서 파견되어 내가 지금 일 이라는 걸 할 수 있고 또한 사람들과 유일하게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아들 둘과 살아가려면 이렇게라도 시작을 해야 무언가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판단되어 시작한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감은 금방 회복되지는 않나보다.

서울 생활이 아직도 무서운걸 보면 아직은 겁쟁이에 소심쟁이이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할머니, 할아버지, 또한 장애를 가지신분들... ‘저분들도 나와 같이 아프구나... 한 번 더 웃으며 대해 드려야겠다’라는 생각에 생글생글거리게 된다.
“아이고 잘 지냈는가~ 저번 달에 보고 이번 달에 또 보내. 내가 안 죽고 또 왔어~” “흐미 이리 많이 주는가 감사허네. 무거워도 들고가야제~ 가다가 죽으믄 나도 좋고 자네도 좋고 안그러것는가~”
“어머니~! 왜 죽어? 글고 어머님이 죽는디 내가 왜 좋아?” 이런 말을 돌릴 때면 100세를 바라보시는 울 할머니가 생각난다. 오시는 분들이 다들 연세들이 많으시고 꼬부랑 꼬부랑 날 키워주신 울 할매가 나에게 얘기하는 것만 같아 눈물이 핑그르르 돌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내가 복지가 뭐고 자원봉사가 뭐고 아무것도 관심 없이 나 살기만 바빴지 않은가. 지금은 어떠한가~ 오시는 분들이 왜 말씀들이 많으실까 생각하니 가슴이 메여오지 않는가... 얼마나 외로우셨으면 말상대로 여기서 초라한 나에게 이야기를 하실까나. 그래서 요즘은 내가 더 말을 많이 한다. “할머니 잘 지내셨어요? 요즘은 어때요? 입술 색깔이 이쁘시네?” 하다못해 시장바구니 이쁘다는 말까지... “어머니 다음에 오실 때는 이런 예쁜 시장바구니 나한테도 얻어다줘~” 이럴때는 할머니 밑에서 컷던게 감사하기도 하다. 울 할머니 생각에 할머님들께 할아버님들께 아무 거리낌 없이 어리광부리니... 길가에 걸어갈 때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시면 ‘저분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실까? 나는 어떤 노후를 맞이하게 될까?’ 하고 한번씩 의문을 가질 때도 있다.

처음 2010년 1월 13일 강동푸드마켓으로 출근하라는 명을 받고 푸드마켓으로 갔을 때는 ‘그래~ 열심히 해보자!’라는 각오로 시작을 했건만 지금은 솔직히 모르겠다. 매일 웃는 얼굴로 반기지만 이것이 정녕 저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까...
조금 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하지만 내 수준에서는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게으른 내 성격에 찾지 못하는 것 일수도 있다. 우리네 인생이야 거기서 거기라지만 그래도 세상에 조금쯤은 아주 조금쯤은 필요한 사람이 되어 내 아이를 키우는데 부끄럼 없이 인생을 살고프건만 그러지 못하고 조금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동동거리는 내 자신이 작게만 느껴진다.

언젠가 큰아들 학교에서 부모들의 직업을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 “엄마~ 엄마는 무슨 일 해?” 하하하 어떻게 아이에게 말해야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아이가 상처를 덜 받을까? ‘엄마는 수급자야. 그래서 나라에서 도움을 받아~’ 이렇게 그냥 말해야 하나? 하지만 내 입에서는 졸졸졸 다른 말들이 흘러 나왔다. “엄마는 나라에서 필요한 곳에 투입되어 일을 하는 거야. 엄마가 투입된 곳이 복지 쪽인데 여러 곳에서 기부 받은 물품들을 어려운 분들이 가지고 가실 수 있게끔 엄마가 옆에서 도와드리는 일을 하는 거야. 그래서 너 학교에서 급식 공짜잖아. 그런데 그거 공짜 아니야~ 엄마가 다 이런 일을 해서 그래~” “와~우리 엄마 멋지네~” 울고 싶었다. 엄마가 어렵게 사는걸 알면서도 아들 입에서 그렇게 말이 나오니 감사하고 감사했다. 그런데 왜 자꾸만 내 아들에게 더 많은걸 원하는지 내 자신이 너무 욕심쟁이 같기도 하다. 연이 바람을 타며 저 멀리 저 멀리 날아가는 것처럼 내 아들도 벌써 5학년이 되어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 한다. 그래서 욕심쟁이인 나는 이야기한다. “대원아, 꿈은 위를 보며 사는 거야~ 높이 더 높이 바라보며 네가 가지고 싶은, 네가 가고 싶은, 네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 엄마는 항상 네 옆에서 네 편에 서서 응원할게~” 하며 한 번 더 ‘열심히 살자! 부끄럽지 않게 살자!’라며 되새김질 하게 된다.

처음 알지도 못하는 서울 한복판에 아들 둘과 나 혼자 내동댕이 쳐진 것 같아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웠었다. 제주에서 올라온 지 7개월 만이었다.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께 묻고 또 물었건만 돌아오는 건 아무 대답도 없다고만 느꼈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며 요리조리 쫒아 다녀 도와달라고 소리치니 지금은 어떠한가. 일도 할 수 있고 깨끗하고 따뜻한 집에서 아들 둘을 이쁘게 키우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하나님의 대답이었던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가 내입으로 밥을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움직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남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그래도 아이들과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았는가 말이다. 처음보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새 난 성장을 한 것이고 내 맘도 그만큼 커져 있었던 것이었다.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신다.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졌어~ 세상이 많이 좋아졌어~” 그렇다. 나 또한 항상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내가 이렇게 살 수 있게끔 도와주시고 옆에서 지켜봐 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린다.
매입임대 주택에 당첨되어 새집으로 이사 왔을 때 아무것도 없는 집안에 무언가를 채울수 있도록 선물해 주시려고 이리저리 동분서주하신 자활의 실장님과 다른 여러 선생님들. 어려운 내 환경을 아시고 아들의 학원비를 내려 주시는 학원 원장님. 살림 못하는 날 위해 시시때때로 음식해서 올려 보내주시는 아래층 언니. 너무 많아서 다 쓰기도 힘들만큼 모든 분들... 어떻게 신세를 다 갚을까나~. 어디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걸 원해서 ‘만족’이라는 걸 모르는 동물이라고... 어쩌면 나또한 이런 생활에 너무 물들어 버리지나 않을까하고 걱정했던 적도 있다. 그랬더니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이 조그마한 것이 도움이라고 생각한다면 여주씨는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 돼. 베푸는 건 어려운 게 아니야. 아주 쉬운 것 중에 하나가 베푸는 거야. 꼭 물질로써 베풀려 생각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베풀어봐~” 그렇다. 아직은 물질적으로 베풀지는 못하지만 오시는 어르신들 맘이라도 편하게 해드리자 생각하여 더없이 예쁘게 인사하고 말을 한다.^^*

따르릉 따르릉~
“잘 지내? 너 요즘 어떻게 지내니? 혼자서 아이들 키우기 힘들지?”
“야야야~ 요즘 힘들지 않은 사람들 있냐? 그리고 너는 잘 살고 있으면 기부 좀 하고 살아라~ 그래야 나같은 사람들이 한쪽 다리라도 펴고 살지.” 요즘 내가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다. 궁상맞게 살고 있다고 친구들과도 등한시하며 지냈는데, 한번씩 연락이 오면 이렇게 변해 있는 날 느끼게 된다.

“나? 지금도 마켓 다니고 있어. 내가 다니고 있는 마켓은 일반 마트가 아니라 어려운 분들을 위해 나라에서 지원하고 여러 기업, 개인들이 기부를 해서 운영되는 곳이야. 현금 거래도 없고 잘 사는 사람은 우린 받지도 않아. 까다로운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면 집에 오는 직장이야. 저녁시간 주말에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 항상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친구들에게 이제는 이정도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나 자신도 깜짝깜짝 놀란다.
그렇다. 점점 무미건조해가는 이 시대의 모습에서 이렇게 나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저 어두운 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도 나라의 제도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손길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내가 두 걸음 앞으로 나와 있다고 생각된다.
살면서 나에게 닥칠 무수히 많은 시련들 앞에 주눅 들지 않고 기회로 여겨 잘 견디길 바라며 지금 여기까지 올수 있게끔 앞에서 이끌어 주시고 뒤에서 밀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립니다. 한때 나에게 절실했지만 지금은 잊히거나 버려진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나에게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이것이 나의 다음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평소 제 자신을 낮추는 지혜로 미움보다는 격려를 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데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하는데 제 자신의 건강을 위해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는 건강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센터장님, 실장님, 담당선생님 그리고 강동 지역 자활센터 선생님들, 또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항상 보이지 않게 힘과 용기를 주시는 모든 선생님들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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