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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과 삶터에서의 인생이야기
  • 년도2012
  • 기관명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
  • 제출자최은숙
  • 조회수1,858

자활수기집 제9호(희망의 사다리) 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은상 '최은숙 님'의 이야기 입니다.


나의 인생과 삶터에서의 인생이야기

 

나는 내 인생이 이렇게 바닥까지 칠 줄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 하늘이 노랗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을 정도였다.
무일푼으로 아이들 둘과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지 어언 10년!!!
그땐 지금보다 젊었었고, 뭐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한 나는 열심히만 하면 다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는지 우습기도 하고 어이가 없다.

하지만 그 자신만만하던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아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때, 몇 년간 다니던 식당이 하루아침에 폐업을 하게 되면서 나에게 위기란 것이 찾아왔다. 밀린 임금도 못 받게 되었고 그로인해 자신감은 나이와 함께 약해졌다.

아이들은 나날이 커 가는데, 그냥 말문이 딱 막히던 시절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거라곤 어둠, 막막함, 미래에 대한 불안뿐이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랄 때까지만 식당에서 일하고 그 다음엔 공부도 좀 하고, 자격증도 따고, 나름 두 아이들과 예쁘게 살 미래를 꿈꾸고 있었는데, 그 꿈은 하루아침에 산산이 무너졌다.
모든 것이 다 싫어서 3개월이란 시간을 집 밖에 나와 보지도 않았다. 삶을 살아갈 자신이 없어졌다. 자는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안쓰럽고, 측은하고, 내 자신도 불쌍했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점점 나약해지고 있던 어느 날 구로구 소식지에서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찾아가 상담을 받고 집에 오는데 또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가 나빠서가 아니다. 센터에선 상담도 친절하게 나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해주셨는데, 이것저것 묻는 말에도 정성껏 대답해주는데도 이상하게 그 친절과 정성이 괜시리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던 것이다. 그때는 그랬다.

상담을 받고 집에 와서 내내 망설였다. 내 적성에 딱히 맞는 일자리도 아닌 것 같고, 보수도 기준 이하였다.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센터에서 상담하신 분이 연락을 해오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고마운 분이시지만 그땐 ‘참 직업정신이 투철하신 분이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시면서 나의 힘든 부분을 어찌도 그리 잘 아시는지... 머릿속과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를 상담해 주신 분이 결혼도 하지 않으신 분이셨다고 한다. 그런 분이 우리 엄마들의 마음을 어찌 그리 잘 파악하시는지, 아마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일단 삶터에 출근을 하기로 했다.

인큐베이터사업단으로 들어가 일을 하는데 처음 며칠은 정말 적응하기 무척 힘이 들었다. 자존심 때문에 내색은 못했지만 그만둘까를 고민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을 알아갈수록, 저 사람들도 다 나처럼 힘들게 아이들을 기르면서 열심히 산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색안경을 쓰고 그들을 대했던 것과 난 그들과 다르다는 어줍잖은 생각으로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고 미안했다.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한번 친해지기 시작하니깐 일하는 것도 즐겁고 여러 가지로 활력이 생겨 신이 났다. 그러면서 복지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와 삶터에서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 집에 대한 문제, 기타 등등 내게 필요한 정보를 바로 들을 수 있었다. ‘아~ 이런 것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그 때 삶터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가끔 생각해 보면 답은 ‘글쎄다...’ - 안 살아봤으니 알 수는 없다.
벌써 센터에서 일한지 2년이 다 되었다. 지금은 복지간병사업단에서 무료병원간병 일을 하고 있다. 일하면서 자격증도 취득해서 국가공인자격증인 요양보호사1급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일하는 것이 어찌 매일 신나고 즐거울 수만 있겠는가? 가끔은 짜증도 나고 힘들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의 보람도 느낀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는 나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와 힘을 준 그런 고마운 곳이다. 그리고 원한다면 취업과 자립의 기회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근심 걱정은 내려놓고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여자들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내 뒤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깐!
‘여자들이여...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자.’
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다 나왔을까?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정말 맞는 말이다. 우리는 강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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