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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인내라고 하는 대지에 피는 꽃
  • 년도2012
  • 기관명종로지역자활센터
  • 제출자이은숙
  • 조회수1,769

*자활수기집 제9호(희망의 사다리) 에 실린 자활성공수기 은상 '이은숙 님'의 이야기 입니다.

 

행복이란 인내라고 하는 대지에 피는 꽃

 

저는 현재 장애통합교육보조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종로지역자활센터 이은숙입니다.
2010년 3월 19일 금요일은 제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습니다.

장애통합교육보조원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직업으로 현재 근무 중인 서울 이화동 소재 모 중학교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이 실시되면서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특수선생님을 도와 보조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제가 학교에서 하는 일은 장애학생의 보다 나은 학교생활과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학습보조 및 예체능활동과 체험활동 등을 지원하며 그밖에 신변처리와 식사지도 등을 보조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장애학생의 그림자가 되어 지팡이가 되어 줍니다.

제가 이렇듯 보람된 일을 할 수 있었던 계기는 우리 지역에 종로지역자활센터라는 사회복지기관을 통해서였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저는 오전에는 종로4가 세운상가 내에서 배달을 하고 오후엔 종각에 있는 오리집으로 이동하여 써빙을 하면서 아침에 집을 나오면 한밤중이 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남편의 사업 실패와 가출, 그리고 남겨진 빚 때문이었습니다. 세 아이를 생각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전문기술도 없고 이력도 없는 저는 그나마 현금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식당일이 전부였습니다.

식당일이 힘들기는 했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젊어서 고생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위로하며 생활해 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종로지역자활센터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제 인생의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다가가고 싶었던 저에게 장애학생을 돌보는 일은 저의 적성에 딱 맞는 직업이었습니다. 센터에서의 장애학생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과 현장실습 등을 통해 전문직업인으로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능력을 키우며 소정의 교육을 수료하고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중학교에 파견되었습니다.
경험도 없고 그저 미숙하기만 한 저를, 장애학생들은 엄마처럼 여기며 잘 따라주었습니다. 이렇게 특수반 11명의 학생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막상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교육 받을 때와는 전혀 다른 장애학생들의 돌발적인 문제행동들이 저를 당황하게 만들 때도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 나름대로 노하우를 터득하여 순간순간 대처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과도 대화를 합니다. 제가 그 학생의 말을 대신하고 대답도 합니다. 이젠 눈빛만 봐도 서로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항상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일반 교실에 앉아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최고라고 가르쳐 줍니다.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환한 웃음으로 보답해 줍니다.

제가 학교에서 가장 신경쓰고 도와주고 싶었던 부분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친구 만들기였습니다. 그래서 반 친구들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나눠주며 장애친구에게 먼저 인사하기와 말 걸어주기를 지속적으로 부탁했더니 학생들이 순수하게 따라주어 먼저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걸어주고 과자도 나눠 먹으며 이동수업 중에는 책도 들어줍니다.
모둠별 준비물이 있을 때면 메모지에 적어 저에게 건네줍니다. 점심시간이면 도움반으로 놀러오는 친구들도 있고 뒤뜰 야외공연장에서 댄스를 가르쳐 주는 친구도 생겼습니다.

학교에서도 정기적으로 장애인식개선운동과 장애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예체능 선생님들께서는 장애학생과 한 조를 이루면 그 조에 가산점을 주시기 때문에 비장애학생들은 장애친구를 자기 조로 만들려고 애를 씁니다. 그럴 때면 저는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평상시 친절하고 우리 장애학생에게 배려심 많은 학생이 있는 조에 합류시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문득문득 생각합니다.

내가 만약 종로지역자활센터를 통해 이렇게 소중한 일자리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 무더운 여름날 배달 쟁반을 서너개씩 머리에 이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힘겨워 하고 있을 거라고...
더군다나 비가 많이 오는 올해는 더 힘들었겠죠.
꿈만 같습니다.
지금 장애통합교육보조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새로운 저의 일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제공해 주는 인생교육의 장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센터의 지원으로 가베지도사, 미술심리치료지도사, 폼아트지도사, POP지도사, 아동미술지도사, 동화구연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내 생애 자격증은 처음 받아 보는 것이라 감격스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취득한 자격증은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들이 되었고, 우리 도움반 학생들에게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인 동화구연. 학생들이 또 들려달라고 하면 같은 이야기를 7~8번 반복해서 들려주기도 합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학교 선생님들과 연대를 맺으며 생활하는 속에 2011년, 특수반 선생님과 교장, 교감 선생님의 배려로 교육청 소속 장애통합교육보조원으로 자립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와 서울시립대가 함께 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수강하면서 내 자신의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하며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자립의지를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배움의 기회로 올해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새로운 배움에 대한 열정과 희망으로 즐겁게 면학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장의 경험들을 통해 장애인 복지에 조그만 힘이지만 기여하고 싶은 꿈을 가져봅니다.
제가 이렇게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늘 뒤에서 후원해 주시고 무엇보다 용기를 주신 종로지역자활센터의 실무자 선생님들과 특히 장애통합교육보조원사업단 담당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이란 인내라고 하는 대지에 피는 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라는 글을 가슴에 새기며, 저의 위치에서 당당히 빛날 수 있는 여성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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